중고차 구매 시 발견되는 엔진오일 첨가제의 과다 사용 흔적은 단순한 관리 미흡이 아니다. 이는 엔진의 심각한 결함, 즉 오일 소모나 내부 소음 등을 일시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높으며, 차후 치명적인 엔진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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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의 숨겨진 덫, 첨가제의 두 얼굴
중고차 시장에서 엔진오일 첨가제는 종종 성능 향상을 위한 묘약처럼 포장되지만, 그 이면에는 판매자가 숨기고 싶은 엔진의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부 비양심적인 판매자는 엔진의 마모로 인한 소음이나 오일 감소 현상을 감추기 위해 고점도 첨가제를 다량 주입하여 상품성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구매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결국 다음 소유주에게 막대한 수리비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발표하는 자동차 수리비 관련 통계를 분석해 보면, 중고차 구매 후 단기간 내에 발생하는 엔진 관련 분쟁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러한 분쟁의 상당수는 판매 당시 고지되지 않은 숨은 결함에서 비롯되며, 첨가제 오남용은 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점도 지수 향상제의 위험한 속임수
중고차 판매자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첨가제는 점도 지수 향상제(Viscosity Index Improver)이다. 이 물질은 고분자 폴리머로 구성되어 엔진 온도가 상승할수록 오일의 점도를 유지하거나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엔진오일에도 포함된 성분이지만, 이를 과도하게 주입하면 마모된 피스톤 링과 실린더 벽 사이의 간극을 일시적으로 메워 압축 압력을 높이고 오일 소모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이는 엔진이 마치 건강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착시 현상을 유발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마모는 해결되지 않은 채 가속화되어 결국 엔진 스커핑이나 블로우바이 가스 과다 등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구매 전 엔진이 비정상적으로 조용하거나 매연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면 첨가제 사용을 의심해봐야 한다.
슬러지를 유발하는 고체 윤활제의 함정

몰리브덴(MoS2)이나 테프론(PTFE) 계열의 고체 윤활 첨가제 역시 과다 사용 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들 성분은 마찰 저감 효과가 뛰어나지만, 과도하게 투입되면 오일과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덩어리지며 엔진 내부에 슬러지를 형성한다. 이 슬러지는 가느다란 오일 순환 통로를 막아 특정 부위에 오일 공급을 차단하고, 이는 캠축이나 베어링의 국부적인 마모와 소착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가변 밸브 타이밍(VVT)이나 유압 태핏(HLA)과 같이 정밀한 유압 제어가 필요한 부품들은 슬러지에 매우 취약하여 고장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오일 필러 캡 안쪽이나 딥스틱에 검고 끈적한 이물질이 과도하게 묻어 나온다면 의심해야 할 명백한 증거이다.
공학적 관점에서 본 첨가제 과용 판별법
일반 소비자가 첨가제 사용 여부를 육안만으로 100% 판별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공학적 원리에 기반한 확인 절차를 거치면 위험을 상당 부분 회피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오일의 색과 양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엔진의 물리적 반응과 화학적 흔적을 복합적으로 살피는 과정이다.
엔진은 정직한 기계 장치로, 비정상적인 처방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흔적을 남긴다. 따라서 오일 필러 캡, 냉간 시동음, 배기가스 등 여러 단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오일 필러 캡과 레벨 게이지의 화학적 증거
가장 직접적인 단서는 엔진오일 주입구 캡과 오일 레벨 게이지(딥스틱)에서 찾을 수 있다. 엔진을 충분히 식힌 상태에서 오일 필러 캡을 열어 안쪽 면을 확인해야 한다. 마요네즈처럼 유백색의 끈적한 유화물(에멀젼)이 묻어있다면, 이는 냉각수 누유를 막기 위한 누유방지 첨가제를 사용했거나 헤드 개스킷 손상을 의심할 수 있는 징후이다. 또한, 딥스틱으로 찍어낸 오일의 점도가 유난히 꿀처럼 끈적이거나, 손가락으로 비볐을 때 미세한 입자감이 느껴진다면 고체 윤활 첨가제가 과량 투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상적인 오일은 매끄럽고 균일한 유막을 형성해야 한다.
냉간 시동 시 소음 패턴의 물리적 분석
첨가제로 가려진 엔진의 본모습은 냉간 시동 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장시간 주차 후 첫 시동 시 밸브 태핏 소음(‘타타타’ 하는 소리)이나 타이밍 체인 소음(‘촤르륵’ 하는 소리)이 수초 내에 사라지지 않고 1분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유압 계통의 문제나 부품 마모를 의미한다. 일부 판매자들은 점도 높은 첨가제로 이 소음을 억제하는데, 엔진이 예열되고 오일이 순환되면 소음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반드시 차갑게 식은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봐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통계에 따르면 주행거리 10만km 이상 차량의 고장 다발 부위 중 타이밍 체인 및 유관 부품의 비중이 상당하며, 이는 중고차 구매 시 필수 확인 사항임을 뒷받침한다.
결론: 보이지 않는 진실을 간파하는 현명함
엔진오일 첨가제는 올바르게 사용하면 엔진 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심각한 결함을 감추는 ‘화장술’로 악용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첨가제로 봉인된 엔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가 기본적인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만, 첨가제 사용 여부와 같은 화학적 상태까지 정밀하게 진단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차량 구매 결정은 서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결국 최종 판단의 책임은 구매자에게 있다. 의심스러운 흔적이 발견된다면 구매를 보류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정비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정밀 진단을 의뢰하는 것이 현명하다. 당장의 몇만 원을 아끼려다 수백만 원의 수리비 폭탄을 맞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인 셈이다.
자주 묻는 질문
모든 엔진오일 첨가제는 나쁜 것인가요?
그렇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제조사의 제품을 정해진 용법과 용량에 맞게 사용하면 엔진 보호나 청정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엔진의 기계적 결함을 은폐할 목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첨가제 사용이 의심되는 중고차를 이미 구매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전문 정비소에서 엔진 플러싱 작업을 통해 기존 오일을 완전히 제거하고, 차량 제조사가 권장하는 규격의 새 엔진오일과 필터로 교환해야 한다. 그 후 엔진의 본래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아 잠재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진오일 색깔만으로 첨가제 사용 여부를 알 수 있나요?
색깔만으로는 단정하기 어렵다. 엔진오일은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검게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탁하거나, 유백색을 띠거나, 금속 가루가 심하게 반짝이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첨가제 사용이나 다른 엔진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오래된 차에는 점도 높은 첨가제가 무조건 좋은가요?
엔진 노후로 인한 미세한 오일 소모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오일 순환을 방해하여 다른 부품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정밀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아 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서 첨가제 사용을 확인할 수 없나요?
현재의 성능상태점검 항목에는 엔진오일의 누유 여부나 양에 대한 점검은 포함되지만, 성분이나 첨가제 사용 여부를 분석하는 과정은 없다. 이는 점검의 한계이므로, 구매자가 직접 세심하게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